/소감문/// 2002년 제2회 대회. 최우수(여성부장관상 수상자)

                                                                                      이 하 윤 (경남여고 2년)

작년 이맘 때,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혼자서 이런저런 이론서를 뒤지며 나름대로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가끔씩 내 머리를 맴도는 질문이 나를 괴롭혔다.
'여성학이 수능에 나오냐?' 도무지 내 자신에게 대답할 말이 없었다. '몰라, 그냥 공부하고 싶을 뿐이야. 머리 속이 복잡하니까.' 이렇게 억지를 쓰며 나 자신을 다랬다. 그랬다. 나는 머리 속이 복잡했다. '뭐가 도대체 양성 평등일까? 여자는 왜 이렇게 살아야해? 또 남자의 삶은? 우리는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올바른 삶이지?'
나는 내 친구들에게 "이건 편견이야! 고정 관념이야! 바로잡아야 해!" 하며 쉴 새 없이 떠들고 다녔지만 내 머리는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뒤죽박죽이 된, 또 속이 텅 비어 있는 내 머리와 가슴 속을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여성학 책을 사 모았고, 읽었다.
그러다가 2학년이 되어서 이 토론 대회를 알게 되었다. 주제가 '21세기와 여성'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태껏 혼자 여성학을 공부했던 것이 현실에서 마냥 헛되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다. 그렇지만 더 기쁜 것은 고등학생이 자유로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페미니즘 웹진에서 고등학생들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나는 대회에 나가서 이야기하고 싶었고, 듣고 싶었다. 자신의 말솜씨만 겨루는 그런 대회는 적어도 아닐 것이고, 같이 공감하고 토의하고 토론하여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기대했다. 나로서는 1차 논문이 가장 힘들었다. 어느 문제도 감히 쉽게 다룰 수 없었다. 그 글을 마치기까지 얼마나 나 자신을 괴롭혔는지 모른다. 형식 논리와 이론도 갖추라는 주위의 충고도 물리친 채, 나는 내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썼다. 그러나 내가 쓴 글은 참 한심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하나마나 한 이야기의 반복이기에 나의 글이 그렇게 변하는 상황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당신은 왜 여성 운동을 거부하는가?' 이런 거창한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내용이 되어버린 글을 두고 한참동안 망설인 끝에, 정말 한참동안 망설인 끝에 나는 내 글을 제출했다. 2차 대회를 앞두고 '필독 도서'를 구하고 또 읽는다고 고생을 했다. 토론을 좋아하고, 좀 더 솔직히 말해 논쟁을 즐기기에 2차 대회는 떨리면서도 기다려졌다. 열띤 토론을 바랬던 만큼의 생산성 있는 토론이 못된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토론을 하면서 나의 논리를 공격받는 것은 신나고 즐거운 일이지 않는가. 그러나 사실은 면접이 더 재미있었다. 여성학을 전공하신 분들과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다. 나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2차 대회 통과하였고 3차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남들 앞에서 토론을 한다기에 정말 가슴을 졸이고 있는데,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내 마음도 모른 채 3차 대회 참관하러 오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셨다. '이하윤, 못 하면 망신이다!' 라고 친구들에게 협박(!)도 당했다. 나는 엄청난 심리적인 압박하에 토론에 임했다.
3차 대회는 2차 대회보다 많이 아쉬웠다. 나를 비롯한 모든 참가자가 너무 많이 긴장하고 잘 하려고만 애쓴 것 같았다. 조금난 더 자유스럽고, 참가자가 적었더라면 정말 생산성 있는 토론이 되었을 것 같아 참 많이 아쉬웠다.